한국단편경쟁

― 심사위원대상  <타인의 삶> 노도현 감독
― 심사위원상  <자르고 붙이기> 김효준 감독
― 심사위원상  <양림동 소녀> 오재형 임영희 감독

2023 춘천영화제의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상영된 16편의 단편영화들은 각양각색의 스타일과 테마를 지니고 있었다. 심사를 하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은, 작품들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 작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였다. 작품이 다루고 있는 소재에 역점을 둘 것인지, 테마의 깊이나 작가적 고민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 전체적인 완성도와 하나의 텍스트를 만들기 위해 감독이 들인 노력과 그 고민을 높이 살 것인지, 심사위원들은 어떠한 관점을 정해야 했고, 올해의 수상작 세 편은 그것이 투영된 결과이다.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오재형 임영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양림동 소녀>는 연출자 중 한 명이자 주인공인 임영희 선생의 삶이 주는 정서적 울림이 압도적인 작품이었다. 모자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내레이션과 그림이 결합한 이미지로 진행되면서 어머니의 인생을 담아낸다. 그의 삶은 한 개인의 사적인 기록이자, 그 안에 우리의 현대사가 축약되어 있는 시대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 흐름을 따라가는 시간을 통해, 우린 긴 세월이 주는 압도적인 감정 앞에서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또 한 편의 심사위원상 수상작은 김효준 감독의 <자르고 붙이기>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빈곤의 현실’은 수많은 독립영화가 담고 있는 어떻게 보면 흔한 테마이지만, 심사위원단은 그 안에 드러나는 ‘연출자의 결기’에서 새로움을 보았다.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확고한 작가주의적 성향은 감독의 차기작과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배우의 연기도 이 영화가 지닌 중요한 미덕이었음을 덧붙인다.

2023 춘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 심사에 참여한 세 명의 심사위원이 선택한 심사위원대상은 노도현 감독의 <타인의 삶>이다.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은, 연출자가 한 편의 작품을 위해 쏟은 세심한 고민들과 그것을 통해 이뤄진 뛰어난 만듦새였다. 심사의 여러 기준들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완성도’라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우린 <타인의 삶>을 선택했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만들려 하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단순함은 단편영화라는 매체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잘 살린 부분이었다. 그 안에서 오로지 대화를 통해 만들어내는 묘한 감정은 관객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대목이었고, 아울러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타인의 삶>은 가장 ‘충실한’ 단편이었다.

올해 춘천영화제에서 만난 16편의 단편을 ‘즐기면서’ 보았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작품에 참여한 감독과 배우와 모든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수상의 기쁨을 누릴 분들에게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2023년 9월 11일

심사위원 양흥주 윤단비 윤재호 (가나다순)